
Laurent Raymond Blythe
178cm, 25세
7월 1일
창백한 목덜미를 결이 얇은 다갈색 머리카락이 반쯤 덮는다. 선이 갸름한 얼굴 위로 높게 솟은 코, 상대적으로 들어간 눈. 음영이 뚜렷한 이목구비이다. 눈동자는 청록을 기조로 짙고 옅은 푸른색과 녹색들이 마블링처럼 섞인 특이한 색이지만 언뜻 보기에는 그저 벽안이다. 평탄하게 이어지는 눈매는 중간께에서 안으로 말려들어간 쌍꺼풀 탓에 처진 것처럼 보인다. 눈을 내리깔지 않아도 늘 차양처럼 눈동자를 덮는 속눈썹이 날카로운 눈매를 가리는 덕에 차분한 인상이지만, 눈빛에 유독 날이 서 있어 그 눈동자의 특이한 색과 맞물려 서늘한 안광이 비친다. 얇은 입꼬리에 옅은 미소를 습관처럼 매달고 있다. 소리내어 크게 웃으면 예상 외로 장난스러운 인상. 햇볕에 예민한 피부의 뺨과 코 주변에는 십 대 시절 주근깨의 흔적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다. 길고 호리호리하다. 살이 없는 편임에도 기본적인 골격이 얇은 것은 아니라 어깨는 적당히 벌어져 있다.
정서적으로 극히 불안정하며 이 때문에 표면상으로 평정을 유지하는 법을 습득했다. 예의바르고, 언제나 조용하게 이야기한다. 쉽게 화내지 않는다. 하지만 끓는점이 높은 만큼 식는 것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필요 없는 망설임이 없다. 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편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중을 기하기 위함이지 망설임이 아니다. 필요 이상의 주목을 꺼린다.
세상을 궤도 안과 궤도 밖으로 파악한다. 궤도 밖의 것들에게 놀라울 정도로 다정하고 놀라울 정도로 관심이 없다. 반대로 안의 것들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 병적인 집착보단 극심한 미련. 타인을 평등하고 공정한 호감으로 대하며 궤도 밖의 균형을 유지한다. 모두에게 평등한 다정함을 베푸는 일로 모든 것을 평준화시켰기에 오히려 궤도 안의 것들, 그러니까 참으로 의미를 가진 것들에게는 더 심술궃게 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정한 다정함을 줌으로서 그는 그 이상 줄 필요가 없게 만들었고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평화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그 평화를 깨고 궤도 안으로 가까이 사람을 끌어들였다는 것은 그가 무언가 돌아오는 것을 원한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어리광이 많고 아집 부리는 일이 잦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절하는 법을 배웠고 그것들은 억눌려 내면의 폭풍우로 남았다. 궤도 안에 언제나 폭풍우가 몰아치는 건 아니지만 밖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는 불안하다. 가끔 예의 바른 태도 밑으로 숨기지 못하고 어긋남이 비치기도 한다.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굳이 표현하지 않지만 또 굳이 숨기지 않기 때문에 말을 듣기보다는 눈을 보는 쪽이 감정을 읽기에 용이하다. 때로는 아주 말을 하지 않고 눈으로만 의사를 표현하는 때도 있다. 이야기를 나눌 때 똑바로 상대의 눈을 보는 버릇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거의 항상 눈을 반쯤 내리깔고 있다. 예상 밖의 말을 들었을 때 언제나 반응이 한 템포 느리다.
극도의 혼란과 불안에 휩싸일 때가 있다. 혼란과 불안은 사실 그를 지배하는 정서다.